또 머릿속에 ‘고민’이라는 잡초가 자라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잡초를 제거했건만,
방심하고 있는 사이 또 무성하게 자라났네요.
오늘 한 학생과 운동장을 산책하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 학생은 제 기준에서 매우 훌륭한 학생입니다.
예의 바르고, 사고가 건전하며, 신체도 건장하고 체력도 뛰어나 보입니다.
그는 고등학교를 마친 후 조종사가 되기 위해 미국 대학에 진학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학업 진행이 어려워졌고,
학비, 물가, 군대 문제 등 여러 상황이 악화되며 결국 미국 대학을 포기하게 되었다고 하네요.
지금은 비행기가 아닌 헬기 조종사를 꿈꾸며 다시 도전 중이라고 합니다.
아버지는 은행원이시고, 어머니는 요양원을 운영하신다며
3형제가 모두 대학에 재학 중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학생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그 학생의 부모님을 머리에 떠올렸습니다.
대학생 자녀 셋을 둔 부모라...
아들들이 모두 각자의 인생 목표를 정하고 학업을 이어가고 있는데,
3명을 한꺼번에 지원해야 하는 부모의 심정은 어떨까?
그것도 미국 유학까지...
그 생각을 하다 보니, 왠지 모를 답답함과 압박감을 느끼게 되더군요.
이 학생이 미국에 갔을 때도 적지 않은 비용이 들었을 텐데...
그렇게 큰 결정을 다시 처음부터 되돌려야 할 때,
다시 한국에서 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했던 부모님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저는 이 학생의 부모님이 참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부친이 은행원이라면 연령상 지점장급쯤 되지 않을까 싶고,
모친은 요양원을 운영하시니 경제적으로는 부족하지 않을 것 같긴 합니다.
하지만 셋 중 둘째 아들을 미국에 보내서 조종사 교육을 받게 했을 정도라면,
다른 자녀들까지 고려했을 때 아무리 수입이 많아도 쉽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학생에게 이렇게 당부하듯 말했습니다.
“자네는 나중에 꼭 부모님께 효도해야겠어!”
그러고 보니, 저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두 딸이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고,
아들은 취업 준비 중이며, 막내는 아직 중학생이니까요.
저 역시 학생의 부모님처럼 자녀들에게 많은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제 기준에서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하는 편이 맞겠죠.
아이들은 부족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요.
하지만 저는...
이 고민일기를 쓰는 목적은,
말로 다 하지 못하는 제 성격상
글로 적으면 제 생각을 좀 더 명확히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서입니다.
그러나 막상 적어보니,
제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조금 놀라고 있습니다.
‘지금 아이들을 계속 지원하다간 내 미래를 힘들게 할 수도 있겠구나!’
라고 말이죠!
이런 생각은
무책임하고 무능력한 사람이나 하는,
나약하고 지탄받아야 할 생각이라고 여겨왔는데…
지금 제 머릿속을 맴돌고 있다는 점에서 놀랐습니다.
그동안 자녀 지원은 당연한 ‘의무’이자 ‘책임’이라 생각해왔고
지금도 그런 마음엔 변함이 없는데도 말입니다.
도대체 왜 이런 생각이 드는 걸까요?
아마도 직업에 대한 불안정성이 촉발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아직 실직한 것도 아닌데 미리 걱정하며 대비하도록 짜여 있는
인간의 위기 감지 본능이 작동한 건 아닐까요?
자꾸 불안한 마음이 제 자아를 짓누르는 느낌입니다.
또 한 번, 머릿속의 잡초를 잘라내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의무와 책임은 다해야죠!
"걱정은 내일을 바꾸지 않고, 오늘의 평화를 빼앗는다."
— 코리 텐 붐(Corrie Ten Boom)"불안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며, 오히려 우리의 에너지를 소모한다."
— 찰스 스펄전(Charles Spurgeon)“스트레스는 불안이라는 밥과 걱정이라는 반찬을 먹고 성장한다.”
고로, 불안과 걱정을 멈추면 스트레스는 사라질 것이다.
- 방랑돌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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