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50세를 3년째 유지하고 있는 기분이에요. 작년에 정부가 법을 만 나이로 통일하면서, 마치 시간이 멈춘 듯 50세에 머물러 있는 느낌이 듭니다. 이게 은근히 좋은 거죠! 나이를 덜 먹는 기분이니, 마음 한구석이 가벼워요.
저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어요. 그런데 저출산의 여파가 생각보다 훨씬 깊게 다가오네요. 학생 수가 급격히 줄면서 학과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곳이 늘고 있어요. 우리 학과도 예외는 아닙니다. 예전에는 학생이 너무 많아서 고민이었죠. 교육, 상담, 취업까지 신경 쓸 게 많다 보니, 가끔 지도대로 따르지 않는 학생들에게 짜증을 내기도 했어요.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의 짜증은 참 부질없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학생 한 명 한 명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이제야 더 절실히 깨닫게 되네요.
학생이 줄다 보니 교원 수도 문제예요. 예전에는 7~8명있던 교수가 이제는 5~6명으로 줄었고, 심지어 더 줄여야 할 상황이에요. 이러다가는 학과 자체가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커져요. 이 모든 문제의 뿌리는 저출산이겠지만, 한편으로는 나도 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이 있지 않았나 싶어 마음이 무겁습니다.
공자가 논어에서 50세에 '하늘의 뜻을 알았다'며 '지천명'이라 했죠. 그 시대에는 50세면 조부모가 될 나이였다고 해요. 하긴, 요즘도 크게 다르지 않네요. 제 사촌 중 한 명은 저보다 한 살 어린데, 작년에 벌써 할아버지가 됐다고 하더라고요! 조부모로서의 위엄은 세상의 이치를 담고 있는 듯해요. 가끔은 그 사촌이 저보다 더 삶의 깊이를 아는 것 같아 살짝 부러울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 생계와 미래를 고민하는 나이에요. 하늘의 뜻을 알기엔 세상이 너무 복잡해졌어요. 공자의 말처럼 30세에 '이립'하고, 40세에 '불혹'에 이르렀어야 할 텐데, 여전히 노후와 생계 걱정으로 마음이 어수선합니다. 이게 너무 겸손한 자기 평가일까요? 아니면 정말 아직 덜 성숙한 걸까요? 공자가 워낙 대단한 인물이라 그런지, 저는 아직도 길을 찾는 중인 것 같아요.
만약 지금 학생이 없어서 대학이 문을 닫고, 제가 직업을 잃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곰곰이 생각해보면, 당장 직장을 그만둬도 밥을 굶지는 않을 것 같아요. 중학교와 대학에 다니는 아이들에게 공부를 그만두라고 하지도 않을 거예요. 요즘은 국가장학금 제도가 워낙 잘 되어 있어서, 최저 생계 가정이라면 생활비와 숙소 지원까지 받을 수 있더라고요. 우리 막내도 원한다면 충분히 대학까지 갈 수 있을 텐데... 그럼에도 왜 이렇게 불안한 걸까요?
혹시 제 명의로 된 집이 없어서 그런가요? 저는 아직 집을 사지 않았어요. 부동산 가격이 거품이라고 생각해서, 빚 없이 자유롭게 살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빛도 없고 집도 없는 지금, 사실 꽤 행복하다고 느껴요. 그런데도 마음 깊은 곳에 작은 불안이 있어요. 아주 미세해서 평소엔 잘 느끼지 못했던 그 불안이, 최근 학과 문제와 겹치면서 점점 커지는 것 같아요. 학생이 없고, 학과가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상황이 그 어두운 그림자를 키운 걸까요? 정확히 말할 수는 없지만, 이 불안이 나중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까 봐 걱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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