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초, 그동안 하고 싶었거나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것들을 정리해 버킷리스트를 만들었습니다.
사실 2023년에도 몇 가지 적어봤지만, 이번에는 그 리스트를 바탕으로 크게 확장했죠.
100세 시대.
50세를 지나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는 미뤄둔 일들, 그리고 진심으로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하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
그동안 써 두었던 목록을 다시 꺼내 수정하고, 보완하면서 나만의 여정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버킷리스트를 만들 때 제일 먼저 떠올린 기준은 ‘재미’였습니다.
매일 일하고 쉬고, 다시 일하는 반복적인 일상 속에서는
삶이 재미있다고 느끼기 어려웠습니다.
마치 ‘먹기 위해 사는가, 살기 위해 먹는가’라는 질문처럼,
저는 ‘그냥 살기 위해 사는 건지, 재미있게 살기 위해 사는 건지’를 고민하게 되었죠.
그동안의 제 인생은, 솔직히 말해서 재미보다는 의무에 가까웠습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일을 해야 했고,
스트레스는 쌓여만 갔으며, 결국 저만의 동굴 속으로 숨곤 했습니다.
반백 년을 살고 돌아보니, 이대로 인생을 마무리하기엔 너무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혁아, 너는 너의 인생을 살고 있니?”
“지금의 삶은 재미있니?”
하지만 선뜻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내 인생을 산다’, ‘재미있다’고 말하자니 거짓말 같았고,
‘재미없다’, ‘내 인생이 아니다’라고 말하자니
그동안의 삶을 저 스스로 부정하는 것 같았죠.
오랜 시간 고민한 끝에, 하나의 결론을 내렸습니다.
“지금까지는 열심히 살았다.”
비록 자신 있게 말하긴 어렵지만, 그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요.
그러니 이제는 남을 위한 삶이 아니라, 나를 위한 재미있는 삶을 살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마음속에서 오래도록 간직해 온 ‘하고 싶었던 일들’을 적어보기로 했습니다.
놀랍게도 리스트가 100개가 훌쩍 넘더군요.
수첩에 한 줄 한 줄 적어 내려가면서 설렘과 흥분이 밀려왔습니다.
그 벅찬 감정을 기록하고 공유하기 위해 블로그도 시작했죠.
벌써 40일이 되어갑니다.
지금 이 버킷리스트는 앞으로 제 인생의 지도이자 여정입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은 어떤 재미난 일을 하지?”라는 기대감이 저를 깨웁니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살아 있음이 느껴지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조금씩 부담감도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일주일 동안 6일 연속으로 10km를 달렸더니 몸이 꽤 피곤하더군요.
아무리 희망과 즐거움이 있어도, 몸과 마음에 무리가 생기면 지속하기 어려운 법이죠.
다행히 오늘은 비가 오는 날입니다.
비 오는 날은 달리지 않는다는 기준이 있으니, 스스로에게 허락된 공식적인 휴식일이죠.
그런데 생각해보면,
버킷리스트가 아무리 재미있고 자발적인 것이라 해도,
어느 순간엔 부담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사실도 인정해야 할 것 같아요.
그렇다고 해서 포기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 부담감을 온몸으로 느끼면서도 계속해나가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목표나 일정을 조금씩 조정해서라도,
지치지 않게, 더 재미있게 이어가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이 버킷리스트는 누구의 강요도 아닌
제 내면의 자아가 저에게 들려준 목소리이기 때문입니다.
“이 일들을 해보면 너만의 진짜 인생을 살 수 있을 거야.”
그 말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들려왔고, 저는 그 메시지를 따르기로 했습니다.
이제는 그 선택을 끝까지 실천할 수 있을지는
오직 제 자신에게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요즘 이렇게 생각합니다.
“진짜 인생의 재미와 행복은, 내면의 자아와 외면의 내가 일치될 때 비로소 찾아온다.”
그 날을 향해 오늘도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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